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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쉼표,

[명작 다시보기] 허진호 감독, 한석규, 심은하의 ‘8월의 크리스마스’

by 7★★★★★★★ 2021. 3. 27.

영화제목 : 8월의 크리스마스
개봉일 : 1998년 1월 24일
감독 : 허진호
주연 : 한석규, 심은하
관람 : 1998년 서울 어느 극장 그리고 2020년 넷플릭스

 

 

 

 

고등학교 시절 복잡한 마음으로 봤던 ‘8월의 크리스마스 다시 보았습니다. 고등학생이다 보니 이해 못 했을 장면도 있었을 거고.. 그 당시 제 주변 아는 배우분의 캐스팅 문제도 있던 영화라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참 좋다라는 생각은 했는데 복잡한 마음이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복잡한건 복잡한거고.. 고등학생 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저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의 영화로 자리잡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3월의 어느날 저는 저의 인생영화 중 한 편인 ‘8월의 크리스마스’를 넷플릭스에서 다시 보았습니다.

22년 전의 한석규님은 얼굴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피부의 탄력 등을 보았을 때 젊음이 느껴졌으며.. 지금은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는 당시 최고의 여배우였던 심은하 배우님은 2020년에 다시 봐도 아름다우시더라구요. 그리고 한국 멜로 영화의 거장이 되신, 허진호 감독님 어떻게 ‘8월의 크리스마스’같은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드실 수 있는지 참 존경스럽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심한 듯 카메라로 바라보는 화면 한 장면, 한 장면이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는 1998년 당시 기존 대한민국 멜로 영화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전략을 취해서 ‘대한민국 멜로 영화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가 죽기 얼마 전에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는 신파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담담하고 느린 템포로 담아내며, 마지막 20여 분은 아예 대사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시한부 환자에 대한 자질구레하고 질척한 감정들을 걷어내고 미니멀리즘 전략을 취하여 굉장히 신선한 한국형 멜로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단과 관객들에게 모두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줄거리

8월의 크리스마스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조그마한 변두리 도시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원(한석규)이 있습니다. (이후 군산에 있는 영화 촬영지인 초원사진관 은 관광지가 되었죠~ 많이들 가보셨을 거에요? 그쵸.ㅎ) 정원은 아버지에 이어서 2대째 사진관을 하고 있으며 현재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을 선고 받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끝까지 그의 병명이 무엇이고, 무엇때문에 아픈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그리고 그 병으로 인해 정원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정원이 시한부인생으로 곧 죽을 것이며, 어느 순간 고통과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단 한 장면을 보여줄 뿐 입니다.

정원이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을 다녀온 날, 다림(심은하)을 처음 만나게 됩니다. 다림은 구청에 소속된 주차단속 요원으로 단속사진 때문을 사진을 인화하러 정원이 운영하는 초원 사진관에 찾아왔는데요. 마음이 복잡한 정원은 사진을 빨리 인화해 달라고 재촉하는 다림에게 처음에는 쌀쌀맞게 대하지만 이내 미안함을 느끼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건네면서 사과를 합니다. 이후 다림은 사진을 인화하러 자주 초원사진관을 방문하며 정원과 다림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두 사람은 자주 만나기 시작하면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놀이공원도 가고, 맥주도 사다 마시며 점점 가까워 지면서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정원은 다림에게 자신의 불치병에 대해서 일체 언급하지 않죠…

 

그러던 어느날, 병의 상태가 악화된 정원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그 무렵, 다림은 근무처를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죠. 다림은 평소처럼 자주 초원사진관에 찾아 오지만 계속 사진관 문이 닫혀 있자, 편지를 써서 사진관 문틈에 꽂아둡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진관은 며칠 내내 닫혀있고 편지도 그대로 있자 화가 난 다림은 밤중에 사진관에 돌을 던져 유리를 깨며 정원을 그리워 합니다.
 
한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원도 다림을 그리워합니다. 정원은 병원에서 잠시 나와 사진관을 정리하러 나와서 다림이 정원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됩니다. 그리고 답장을 쓰지만, 끝내 다림에게 보내지 않습니다. 이후 그는 스스로 자기 사진을 찍는데 이것은 후에 정원의 영정사진으로 쓰이게 됩니다.

 

 


 
정원이 죽고 나서 겨울이 된 배경에서, 초원사진관은 정원의 아버지(신구)에 의해 다시 운영되고 있으며, 정원의 아버지가 사진관을 비운 사이에 검은 옷을 입은 다림이 사진관 앞에 다시 찾아오고, 사진관은 닫혀있지만 사진관에 붙어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다림이 정원의 죽음을 알고 편지를 읽고 찾아온 거라는 입장과 다림은 정원의 죽음을 모르고 그저 정원이 그리워서 사진관을 다시 찾았다가 자신의 사진을 보고 정원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라 미소 지으며 마무리 되었다는 의견들이 서로 엇갈렸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DVD 코멘터리를 보면 다림은 끝내 정원의 시한부 인생과 죽음을 몰랐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허진호 감독과 심은하가 영화 촬영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하는데요. 정원의 시한부 인생에 관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로 사진관에 들러서 자신의 사진을 보고 한때 열병처럼 지나갔던 순간을 추억하며 미소 짓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영화에서 관객들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전하는 한석규 배우님의 나래이션으로 영화를 마무리 합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멜로인 이유는 마치 사진을 찍듯 일상에 영원성을 부여하는 예사롭지 않은 연출에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일상은 지나가면 없어지는 것 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정원이 이 세상을 떠나도 일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되지만, 정원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와 함께한 어떤 일상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어떤 일상을 포착하는 사진은 특별한 것이 되고 사진 속 일상은 반영구적인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겄이죠.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멜로영화 중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남아있는 영화일 것 입니다. 혹시 아직 이 영화를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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