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이 자사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던전앤파이터(던파)` 신화에 힘입어 국내 게임사로는 최초로 연매출 3조원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고 합니다. 2018년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지난해 회사 매각설로 뒤숭숭했던 부진을 떨쳐낸 극적인 반전의 모습입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넥슨 주가의 시가총액은 2조4145억엔(약 27조5593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넥슨이 2011년 도쿄 증시에 상장한 이후 사상 최고치인데요. 국내 상장기업과 비교하면 시총 8위 삼성SDI(27조3339억원)와 9위 현대자동차(27조290억원)를 단숨에 제친 것 입니다. 일본 증권가에선 넥슨의 목표주가를 2800엔까지 제시하고 있어, 상승 여지가 더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넥슨 상승세의 원동력은 오는 12일 중국에서 출시되는 올해 최대 기대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입니다. 넥슨은 2005년 국내 출시 후 2008년 중국에 진출해 장기 흥행 중인 던전앤파이터 PC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서비스를 맡고 있는 텐센트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사전 등록자는 약 6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PC 버전 던전앤파이터는 매년 1조원 안팎의 수익을 넥슨에 안겨주고 있는 게임입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인기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까지 더해져 PC 버전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로 출시 15년을 맞은 던파는 넥슨의 최대 IP로 그동안 벌어들인 매출은 150억달러(약 17조8500억원) 이상입니다. 이는 SF 액션 블록버스터 `스타워즈` 모든 시리즈의 흥행수입을 합친 것보다 수십억 달러 많고, 지난 5월 기준으로 글로벌 흥행작인 `어벤져스` 시리즈의 약 두 배에 달한다는 게 넥슨 측 설명입니다.
던전앤파이터는 야구광이자 서울대학교 비운동권 학생회장 출신, 괴짜 개발자로 유명한 허민이 네오플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게임입니다. 게임은 횡스크롤 방식에 오락실 아케이드 수준 그래픽으로 '리니지2'와 같은 블록버스터가 활개 치던 시장을 열광시켰습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의 성장을 확신하고, 2008년 3853억원을 들여 네오플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그라비티의 매각 가격이 2000억원이 안된 것에 비하면, 네오플 인수를 위해 오고간 금액은 상당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만큼 넥슨이 던전앤파이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얘기입니다.
거금을 들인 네오플 인수는 2007년까지 쭉 성장가도를 달리던 넥슨에게도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 던전앤파이터가 대박을 치면서 재무적 우려는 불식됐고, 네오플 인수로 넥슨은 성장 탄력을 받았습니다.
승승장구하던 넥슨은 2018년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지난해 회사 매각설로 뒤숭숭한 분위기 탓에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런 넥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권토중래를 노렸습니다.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대표는 매각 계획을 포기한 뒤 던파를 발굴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고문으로 전격 영입했고, 또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본업인 게임사업에 전력투구하도록 체질 개선을 주문했습니다.
넥슨은 한해에도 수십여개의 신작을 쏟아내는 다작 생산으로 유명하지만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오래된 인기작 몇개를 제외하고 뚜렷한 흥행 성과를 내지 못했었습니다. 특히 모바일 장르에선 유명세에 비해 알려진 게임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최대 경쟁사인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시리즈를 활용한 모바일 후속작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시장을 휩쓸어 버린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영역에선 영 가망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졌으나 작년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신작 'V4'가 기대 이상의 히트를 치면서 현재까지 구글플레이 모바일 매출 순위 10위권에 랭크된 것을 시작으로 줄줄이 '안타' 혹은 '홈런'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5월 출시한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역시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출시 초기부터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넥슨의 저력을 제대로 드러낸 모바일 게임은 ‘바람의나라’로. 이 게임은 출시 초반부터 현재까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넥슨은 구체적인 매출 지표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시장에선 하루에 20억~30억원 가량을 벌어 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에선 V4와 카트라이더가 각각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면 바람의나라는 '초대박'을 쳤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비해 상대적인 약점으로 지적 받아온 모바일 사업에서 비약의 발전을 이룬 원동력은, 넥슨이 NXC의 지분 매각 이슈로 뒤숭숭한 분위기일 때, '해결사'로 나선 것이 이정헌 대표입니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대외 활동을 '올스톱'하고 직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다작'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게임에 재원을 공격적으로 쏟아 붓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대표가 흔들린 조직 기강을 바로 잡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이후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 입니다. 우선 온라인에선 메이플스토리와 'FIFA 온라인 4', '서든어택' 등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게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키면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 덕에 관련 매출이 개선됐습니다.
모바일에선 리니지와 같은 MMORPG 장르의 획일화에서 탈피, 레이싱(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과 축구 스포츠(피파모바일) 등 이색 장르로 승부수를 냈는데 기대 이상의 흥행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유저층의 외형 확장과 함께 그동안 국내 게임 업계가 쉽게 공략하지 못했던 10대 이용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게임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누적 13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일간 최대 이용자는 357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대표는 또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6월 새로운 형태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원더홀딩스와 2개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각각의 법인에서 '마비노기 모바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규 타이틀을 전담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넥슨은 모바일 게임에서 새로운 흥행 신화를 쓰고 있습니다. 넥슨은 PC 온라인 게임 강자였지만 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모바일`을 꺼낸 것 인데요. 기존에 인기를 누렸던 IP를 모바일 버전으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는 분석입니다.
넥슨 모바일 게임 중 바람의나라: 연(2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6위), V4(8위), 피파 모바일(21위) 등 네 개가 30위권 안에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넥슨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역대 최고 성적입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20 상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모바일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바람의나라: 연’으로 인기몰이 중인 넥슨의 성적이 두드러집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모바일게임시장 점유율(매출 기준) 3위에 머물던 넥슨은 5월14일 카트라이더 출시 이후 넷마블(4.3%)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습니다. 1년 가까이 머물던 4% 초반대 점유율도 5.8%로 높아져 부동의 1위인 엔씨소프트(34.8%)와의 격차도 다소 줄었습니다.
이런 성과에 대해 넥슨은 ‘장르 다양화 전략’이 먹혀든 결과라는 자체 분석을 내놨습니다. 넥슨 쪽은 “그동안 다양성을 내세우며 시도했던 여러 경험들이 인기 지식재산권(IP)의 대중성, 라이브 서비스 역량과 맞물리면서 모바일게임 사업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장르의 다변화 전략이 현재 획일화된 모바일 시장에서 중장기적인 성과 도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감한 조직 개편과 선택과 집중 전략이 넥슨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넥슨 올해 연간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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