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대 공유자전거 업체’로 명성을 떨쳤던 중국 오포(ofo)가 하룻밤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파산을 선언했던 중국 공유 자전거 기업 오포(ofo)가 부채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 입니다.
오포가 자전거 제조 업체와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한 돈은 20억 위안(약 34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T업계에서는 오포의 처참한 말로를 두고 “제대로 된 수익 모델 없이 아이디어와 투자금만 믿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공유경제의 현실이자 예견된 비극”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오포의 중국 본사가 이미 사람없이 비워져 있다고 합니다. 오포가 사용하던 베이징시 하이뎬구 중관춘의 리샹(理想) 국제빌딩, 그리고 후일 옮겼던 인터넷금융센터 두 주소에 이미 오포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오포의 두 사무실에 한 명의 직원도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오포의 공식 홈페이지, 앱(APP), 공개 계정 등 채널 주소 역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포가 자취를 감추고 완전히 무대 뒤로 퇴장한 셈 입니다.
오포는 노란색 공유 자전거 ‘샤오황처(小黃車)’로 창업 2년 만에 기업가치 40억 달러(약 4조 7700억원)를 달성한 공유경제 업계의 ‘수퍼스타’였습니다. 2015년 6월 베이징대학 재학생인 다이웨이가 동료 학생 2명과 함께 교내에서 자전거 공유 사업을 펼치며 시작했습니다. 창업 4개월 만에 하루 평균 주문량이 4000건을 넘었고, 투자하겠다는 ‘러브콜’이 쇄도했습니다.
대학 내에서 시작한 작은 벤처는 2년 만에 알리바바·디디추싱 등으로부터 150억 위안(약 2조 5554억원)의 투자 받았고, 주체할 수 없는 투자금을 무기로 오포는 중국을 넘어 세계 21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운용하는 자전거는 2300만대를 넘어섰고, 사용자는 2억명을 돌파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오포는 2018년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포는 당시 중국에서 등장한 ‘모바이크’ 등 공유자전거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할인 이벤트를 쏟아냈습니다. 기존에도 오포 자전거 이용료는 1시간당 1위안(약 170원)으로 저렴했는데, 거의 무료에 가깝게 자전거를 사용하게 한 것 입니다. 또한 오포는 막대한 투자금을 믿고 자전거가 조금만 고장 나도 수리를 하는 대신 폐기했습니다. 이런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 운영 탓에 2개월 만에 투자금 6억 달러(약 7158억원)를 탕진한 것도 오포의 유명한 일화입니다.
오포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투자자들은 잇따라 발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자금이 궁해진 오포는 자전거 이용자가 처음 가입할 때 내는 보증금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이용자가 회원탈퇴 때 반환해야 하는 돈이었습니다. 오포는 결국 2018년말 보유 현금이 바닥났고, 오포는 지금도 15억 위안이 넘는 고객 보증금과 5억 위안 규모의 자전거 제작 대금을 주지 못해 수십건의 소송에 휘말린 상태입니다.
다이웨이 CEO는 지난해 말까지 “어떻게든 사업을 다시 일으켜 돈을 돌려 드리겠다”고 공언하며, 음식배달, 온라인쇼핑, 가상화폐 등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문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다이웨이 CEO는 새로운 투자유치에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야반도주’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실상 폐업하게 된 것 입니다.
오포는 이렇게 회사가 사라졌지만 남은 부채는 상당합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1천500만 명의 사용자가 오포의 보증금 반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각 사용자당 99위안(약 1만 7천 원)으로 추산하면 관련 채무 총액만 이미 15억 위안(약 2천569억 5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입니다.
또한 오포가 협력사들에 아직 갚아야할 채무 금액이 5억 위안(약 856억 3천50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들은 이미 언론에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습니다.
오포의 추락에 대해 중국 현지에서는 “최근 4~5년간 공유경제 붐으로 우후죽순 나타난 스타트업들은 자신의 사업이 정말 수익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유경제의 원래 취지는 기존에 있던 자원을 남에게 빌려주면서 돈을 버는 형식의 사업입니다. 하지만 공유자전거를 비롯한 공유 전동킥보드, 공유 사무실, 공유 주방 등 산업은 모두 공유할 자원인 킥보드, 사무실, 주방 등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이를 싼값에 대여하는 식의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포의 경우 자전거 한 대를 제작하는 비용이 160위안(약 2만 7200원)인데, 이용료는 시간당 1위안이었습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많고,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은 늘어나지만, 수익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 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공유경제에 큰 악재로 작용하였습니다. 세계 1위 승차공유 업체 우버는 코로나 이후 지난 5월까지 총 6700여명의 직원을 감원했다고 합니다.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차량공유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 입니다. 1분기 우버는 29억 4000만 달러(약 3조 5092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 역시 지난 1분기 3억 9810만달러의 적자를 냈고, 에어비앤비, 위워크, 라임, 버드 등 대표적인 글로벌 공유업체도 잇따라 해외 사무실을 철수하고, 대규모 감원에 나선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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