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 잠시 휴식기에, 혼자서 친한 동생이 그 당시 살고 있던 후쿠오카를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친한 동생과 후쿠오카에서 2박 3일간 휴식 같은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는데요. 후쿠오카에서 돌아와서 제 기억속에 강력하게 기억에 남았던 장소가 있었습니다. 그 기억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츠타야 서점’ 입니다.
후쿠오카 시내에 건물 한채가 통으로 츠타야 서점이었는데, 그 당시 처음으로 경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서점이라기보다는 아늑한 도서관 혹은 카페에 가까웠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고르는 공간 바로 옆에는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스타벅스 의자나 서점에 위치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서점이라는 브랜드, 그리고 서가에 꽂힌 책, 분명 서점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서점 이상의 장소로 기억되던 곳, 그게 바로 츠타야 서점이었습니다.
츠타야는 현재 일본 내 1500개 매장, 연매출 2천억엔, 회원수 6천만 명을 자랑하는 거대 서점 기업입니다.
서점에 카페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의 창시자는 마스다 무네아키입니다. 1951년생인 그는 대학 졸업 후 10년간 패션회사에 근무한 뒤 1983년 컬처컨비니언스클럽(Culture Convenience Club : CCC)를 창업합니다. CCC에서 ‘컬처’는 편안함과 전통, 오프라인을 상징하고 ‘컨비니언스’는 편리함과 새로움, 온라인을 의미합니다. 이 두 단어를 결합하겠다는 의미가 ‘클럽’에 담겨 있는 것 이구요.
그는 1973년 도시샤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여성복 전문회사 스즈야에 입사해 10년 동안 근무하며 가루이자와 벨 커먼즈 쇼핑센터 개발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첫 직장에서 독립한 뒤 1983년에 츠타야서점 히라카타점을 오픈했고 1985년에 CCC를 설립했습니다.
CCC가 1980년대 초반 구상한 츠타야의 최초 모습은 음반, 비디오, 책을 동일 장소에서 팔거나 빌려주는 것 이었습니다. 그 당시 세가지 모두 콘텐츠라는 속성은 비슷했지만 음반가게, 비디오 대여점, 그리고 서점으로 유통경로가 달랐는데, 마스다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보고 세 가지가 다른 일이 아님으로 콘텐츠가 한 장소에서 유통된다면 고객 입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 이라고 생각하고 기획안을 실천에 옮긴 것 입니다.
그 후 그는 CCC가 ‘컨비니언스’는 있었지만 ‘컬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좀 더 의미있는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그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찾고 행복해지기를 바랬다고 합니다. 집도 회사도 아니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스타벅스’의 모습을 벤치마킹하여 츠타야 서점을 기획하였습니다. 온라인이 강세일 때 온라인에서는 찾을 수 없는 풍부한 커피 향과 우아한 선율이 흐르는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을 고객들에게 제공한 것 입니다.
CCC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서점이자 영상&음악을 대여하고 판매하는 미디어 체인점으로 매장을 확장해오다가 1980년대 후반에는 전국으로 진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2003년에는 ‘T카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 ‘패밀리 마트’나 ‘북오프(BOOK OFF)’ 같은 기업과 제휴를 맺으며 ‘츠타야’를 비롯해 다양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T카드’의 공통 포인트 제도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같은 해에 ‘롯폰기 힐스’의 개업과 동시에 ‘츠타야 도쿄 롯폰기’를 오픈, 매장 안에 스타벅스가 있는 북&카페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2011년에는 도쿄 다이칸야마의 4,000평이라는 광대한 부지에 ‘다이칸야마 츠타야점’을 주축으로 매장과 레스토랑 등의 시설이 어우러진 라이프스타일의 상업시설 ‘다이칸야마 T-SITE’를 오픈했습니다. 이것은 그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사가현 다케오시의 ‘다케오시 도서관’ 지정 관리자로서 대규모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도서관 운영에도 나섰습니다. 도서관은 재개관한 지 13개월 만에 방문자수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구요.
더 나아가 2015년 5월에는 도쿄 세타가야의 후타코타마가와에서 가전제품점 ‘츠타야 가전’을 탄생시키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비즈니스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념은 누구나 ‘컬쳐(Culture)=문화’를 ‘컨비니언스(Convenience)=편리하게 이용’ 할 수 있도록 ‘컬처 인프라’를 만들어나간다는 것 입니다.
일본 국민들에게 츠타야는 편의점인 패밀리마트나 로손처럼 익숙한 이름이자 일상에 깊게 파고든 브랜드 입니다. 일본 내 1500개 매장(직염점+대리점)을 운영 중인데, 스타벅스의 일본 내 점포 수가 1000여 개인 점을 감안했을 때 그 규모와 수는 상단한 수준입니다. 츠타야가 이처럼 일본의 ‘국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일본의 남다른 문화 콘텐츠 수요 덕분입니다. 인터넷의 대중화 이후 서적과 음반, DVD 산업의 성장률은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손꼽히는 문화 콘텐츠 소비국입니다. 2014년 종이책 매출액이 1조 6000억 엔을 상회하는데, 이는 주변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 등의 서구권과 비교했을 때 가파르게 성장하는 전자책 산업의 총공세 속에서 이뤄낸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일본어로 ‘혼’이라고 합니다. 혼은 책이라는 뜻도 있지만 근본이라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하나의 단아는 츠타야라는 브랜드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줍니다. 츠타야의 근본 역시 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츠타야의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책을 포함한 츠타야의 콘텐츠들에서 모든 브랜드를 집대성하기 보다는 츠타야와 감성이 맞는 브랜드를 선별해 고객들에게 셀렉트 숍 역할을 하는 것 입니다. 츠타야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음반, DVD 등을 셀렉해서 양보다는 질적으로 높은 콘텐츠를 디스플레이 및 제안합니다.
츠타야는 책이라는 건 라이프 스타일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그런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이미지를 한 곳에 모아 그 안에서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 ‘라이프스타일을 고르는 장소’라는 콘셉트로 만든 서점이 츠타야 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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