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억만장자가 수십 년 동안 숨겨온 '비밀'이 최근에야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항 면세점 사업으로 갑부가 된 89세 사업가 찰스 척 피니가 38년 전 남 모르게 세운 '인생 목표'를 최근 달성했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척 피니가 평생에 걸쳐 모은 재산은 무려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조 4천억 원인데요. 평생에 걸쳐 9조 4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산을 모은 척 피니는 "부(富)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박애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척 피니는 대저택이 아닌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자가용 대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며, 신발도 한 켤레를 닳을 때까지 신는 등 겸손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척 피니는 젊었을 적부터 비밀리에 기부를 실천해오기도 했는데요, 지난 1997년 회사 주식을 대량 매도한 이유가 기부 목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행이 세상에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1997년 1월23일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었습니다. 15년 동안 익명의 사업가가 대학과 의료기관 등에 6억달러(당시 약 4,400억원)를 기부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세계적인 면세점 사업가 척 피니의 선행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본명은 찰스 프랜시스 피니입니다. 1931년 미국 뉴저지 아일랜드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척 피니는 가정 형편 탓에 크리스마스카드와 우산 등을 팔면서 살림을 도왔던 그는 1950년 미군 통신병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었습니다.
참전 후 코넬대에 입학해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당시 지중해 연안에 수많은 미국 군함이 정착해 3만명의 미군이 주둔했는데 이들에게는 면세로 술을 살 권리가 주어졌는데요.
여기서 사업 기회를 본 피니는 군인을 상대로 주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1960년 코넬대 동창과 함께 면세쇼핑그룹 DFS(Duty-Free Shoppers Group)를 설립한 후 공항 면세점으로 확장했고, 1970년대 세계 1위 면세점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정 분쟁에 휘말려 회계 장부가 공개됐는데, 거기에서 15년 동안 2,900회에 걸쳐 회삿돈이 인출된 내역이 담겼습니다. 그가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출 내역이 모두 기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척 피니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애초에 그의 목표가 바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척 피니가 설립한 자선 단체 '애틀랜틱 필랜스로피(Atlantic Philanthropies)'는 최근 "단체에 남아 있던 기금을 전액 기부했다"면서 이로써 척 피니가 지난 1982년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척 피니의 주된 기부처는 대학 등 교육 시설과 인권 단체로 알려졌습니다. 기부금의 구체적인 사용 부문은 척 피니가 수학했던 코넬대 10억달러를 포함해 교육 부문에 37억달러, 사형제 폐지(7천600만달러)를 포함한 인권과 사회변화 8억7천만달러, 건강관리 7억달러, 오바마헬스케어 지지 7천600만달러 등 입니다.
건강관리 부문에는 베트남 건강관리 사업 2억7천만달러와 캘리포니아대 뇌 건강연구소 지원 1억7천600만달러가 포함됐습니다. 그는 또 마지막으로 코넬대에 3억5천만달러를 지원해 뉴욕시의 낙후한 지역인 루즈벨트섬에 공대캠퍼스 설립을 지원키로 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가진 재산을 모두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공언해온 척 피니는 이로써 이날 마지막 기부를 포함해 평생 기부금이 80억달러에 달하게 됐습니다. 그는 이미 2012년 아내와 은퇴 후 생활을 위해 200만달러(24억원)만 따로 챙겨두었으며 나머지는 모두 기부하겠다고 말했었습니다.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생전에 목표를 이루게 돼 매우 만족스럽고 좋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들에게 감사하며 내가 진짜 살아있는 동안 전 재산을 기부할지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는 '해봐라, 정말 좋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척 피니의 이런 평소 소신은 세계적인 자선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투자회사 버크셔헤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합니다.
워렌 버핏은 "척이 기부활동에 큰 영감을 준 기념비적인 인물"이라면서 "그는 우리 모두의 표상이며 그가 평생에 이룬 업적은 내가 죽고 나서도 12년의 세월이 더 걸릴 정도로 위대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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