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에 ‘코로나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 국민 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재테크에 소극적이었던 20·30대가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로 주식부터 부동산까지 재테크 시장을 휩쓸며 신흥세력으로 급부상하는 모양새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V자’ 반등을 이끌어낸 ‘동학개미운동’과 부동산 열기를 지핀 3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 투혼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합니다. 이제 재테크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전 세대에서 일상이자 필수 생계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 신규 입성한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의 절반은 20·30대였습니다. 삼성증권의 상반기 신규 고객 중 30대 이하 비중은 52.5%, 같은 기간 KB증권 신규 고객 중 20·30대 비중은 56%였습니다. 주식시장에 첫발을 디딘 고객 두 명 중 한 명은 20·30대인 셈입니다.
젊은 세대의 투자 광풍은 부동산 시장까지 휘몰아쳤습니다. 올 6월 서울 아파트의 연령대별 매매거래에서 30대 이하의 비중은 36.13%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성동구와 중구에서는 30대 이하 매매거래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외신도 한국 2030세대의 투자 열풍을 주목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2030 개인 투자자들이 소셜 미디어의 도움을 얻어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인구당 주식 거래 계좌 수는 한국이 미국의 2배에 달했습니다.
한국 2030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 정보를 유튜브·카카오톡·텔레그램·밴드 등 소셜 미디어에서 얻는다는 것입니다. 유튜브에 ‘재테크’나 ‘주식’ 등 키워드만 쳐도 증권사 대표, 애널리스트, 부동산 전문가들이 출연해 이해하기 쉽게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한국 2030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스스로 정보를 찾고 분석하며 유망 종목을 발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식 카페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자신의 주식 상승률이나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재테크 열기는 서점가의 풍경도 바꿔놓았다고 합니다.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중 5권이 재테크와 투자전략을 주제로 한 경제·경영서입니다. 부자들의 투자습성을 소개한 ‘돈의속성’ ‘부의 대이동’ ‘더 해빙’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등이 불티나게 팔린 것은 물론 오랜 기간 주린이들의 필독서로 꼽혔던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도 올해 개정판을 내놓으며 판매량이 급증했습니다.
유튜브·팟캐스트 등에서도 재테크 관련 콘텐츠가 부쩍 늘었습니다. ‘킵고잉’이라는 재테크 서적을 출간한 주언규씨는 ‘신사임당’이라는 이름으로 재테크 채널을 운영하는 유명 유튜버로 구독자 수만 97만명에 육박합니다. 동영상 채널에서 재테크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금융사들도 앞다퉈 ‘라이브 투자 방송’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 20·30대가 신흥 재테크 세력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젊은 세대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통 큰 재테크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밀레니얼 세대와 86세대의 금융행동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로 통칭되는 20·30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재무적인 위험수용 성향과 자기효능감 수준이 높습니다.
위험수용 성향은 투자 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것, 자기효능감은 재무설계와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자신감과 의사결정 능력을 말합니다. 20·30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의 판단을 믿고 과감히 투자한다는 얘기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과 금융 투자 경험이 낮은 데도 옵션·암호화폐처럼 고위험 투자에 더 열려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21.3%는 고위험 투자 상품인 선물·옵션·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기성세대인 86세대의 보유 비율(11.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입니다.
주식·암호화폐·부동산에 몰렸던 2030의 투자처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구하기 힘든 한정판 물건을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re-sell)’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재테크입니다.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는 웃돈 10배를 얹어도 구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올여름 스타벅스 매장 앞 긴 줄을 세웠던 ‘레디백’ 역시 리셀을 통해 최소 50%에서 최대 150%까지 비싸게 팔렸습니다. ‘희소성’을 무기로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재테크인 셈입니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의 가격 상승도 2030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3월 말 국내 5대 증권사의 ‘금 거래 위탁 계좌’를 분석한 결과 보유자의 38.5%가 30대, 17.6%가 20대였습니다. 56%가 밀레니얼 세대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명품 주얼리 브랜드에 손님을 빼앗겼던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도 다시 북적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증권 시장에 익숙한 젊은 층이 금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들의 투자금이 어디에서 오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산이 부족한 20대 중 빚으로 자금을 확보해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기성세대에 비해 축적한 자산이 많지 않은 이들은 은행, 제2금융권, P2P(개인간거래)금융 등 다양한 금융사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빚 내서 투자)’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 P2P금융의 신용대출도 올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 1월 1,813억원이었던 P2P금융 업계 신용대출 규모는 올 7월 2,400억원으로 32% 증가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윤두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입수한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의 신용공여잔액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증가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신용공여잔액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총액입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직면한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것 입니다. 2017년 3119억 원이던 20대의 신용공여잔액은 올해 6월 말 7243억 원으로 132.2%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30대(39.4%)와 40대(22.4%), 50대(15.1%)에 비해 증가율이 두드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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