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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일상공유

미래 첨단산업의 필수 기반시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by 7★★★★★★★ 2020.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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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첨단산업의 필수 기반시설로 꼽히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신규 유치를 놓고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했는데요.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부지로 충청북도 청주시가 최종 선정됐습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강하고 밝은 빛을 생산해 소재 및 부품 구조 파악 등 연구에 활용하는 ‘빛 공장’입니다. 방사광가속기에서 가속돼 나온 극자외선, X선 등 빛을 이용하면 마치 현미경처럼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던 단백질 구조, 세포분열 과정은 물론 나노 소재 물성 변화까지 직접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연구성과는 실제로 산업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지난해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 관련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일본은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EUV로 포토레지스트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타미플루와 함께 제약산업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도 방사광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분석 덕분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신종플루 유행을 종식시킨 치료제 타미플루가 방사광가속기 덕분에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당시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약 1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치료약이 없다는 사실은 신종플루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더욱 확산시켰습니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 유행은 타미플루라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끝났는데, 타미플루 개발의 일등공신이 바로 미국 스탠퍼드대가 운영하는 방사광가속기(SSRL)였습니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내는 데 성공했고, 그 성과로 신약 타미플루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 입니다. 현재 신종플루는 타미플루 개발 덕분에 가벼운 독감 정도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타미플루


이번 코로나19 치료에도 타미플루가 다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할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전염병 치료제나 백신의 개발이 가능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후 바이러스 관련 신약 개발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라서 방사광가속기 사용 또한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킨 뒤 강력한 자기장을 지날 때 생기는 빛(방사광)을 이용해 물질이나 현상을 관찰·분석하는 장치입니다. 자외선, 물체를 꿰뚫는 X선 레이저 같은 양질의 다양한 빛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빛 공장’으로, 이 빛을 활용하면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이 피부와 근육을 꿰뚫고 나가 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국내에는 경북 포항에 설치된 3세대 방사광가속기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습니다.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1995년 세계에서 5번째로 준공됐다가 지난 2011년 업그레이드를 통해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로 거듭나면서 국내 산업계와 과학계 연구를 지원해왔습니다. 3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는 태양광의 100억배에 이르는 빛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 빛으로 100억분의 1초 단위로 물질 구조 변화 분석이 가능한데요.

 

PLS

 

3세대 방사광가속기에는 빛을 내는 장치인 빔라인이 35개 구축돼 있습니다. 35개의 실험을 한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빔라인은 1개로 실험장치 3개를 끝단에 붙여 한번에 3개의 실험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포스텍(포항공대)에 설치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0.1나노미터(㎚)라는 폭이 아주 짧은 파장의 X선 레이저를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이 빛을 활용하면 나노미터 단위 작은 물질의 미세구조와 변화를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화학 촉매 반응, 나노 소재의 물성 변화,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분자나 원자의 움직임, 세포분열 과정, 광합성 같은 초고속 자연 현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연구자가 원하는 파장의 강한 빛을 1개만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단백질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찰나의 과정을 포착할 수 있고, 찰나의 시간 동안 물질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볼 수 있습니다. 식물의 광합성 또한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이뤄지는데 이 광합성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인공광합성 연구뿐 아니라 식물을 모방한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방사광가속기는 단백질과 같은 작은 물질의 구조를 해석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단백질 결합 구조 등을 정확히 분석해 치료제 백신이나 신약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도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단백질 결합 구조를 밝혀낸 덕분에 개발이 가능했습니다. 현재까지 구조가 완벽히 밝혀진 단백질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95%에 이르는 미지의 단백질 구조 연구가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이뤄진다면 치매, 당뇨, 유전자 질환은 물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기술과 의약품복합체 연구에도 활용될 것 입니다.

다른 한편으론 반도체, 철강, 환경공학, 신소재 등 산업 지원과 기초 연구 분야에 대한 활용도도 무궁무진합니다. 극자외선 레이저 광원(光原)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데이터 저장과 처리능력이 한층 향상된 고집적 반도체 소자 개발이 가능해집니다. 태양전지, 연료전지, 수소저장장치 같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의 기술적 어려움을 뛰어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최근 산업계에서 방사광가속기 수요가 늘면서 점점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신규 가속기 건설이 추진됐습니다. 기존 방사광가속기만으로는 이용시간(빔타임) 확보가 부족하고, 산업을 지원하는 R&D 전용 설비(빔라인)이 없어 산업 R&D 수요에 대응이 어려워 소재 부품 장비 등 연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방사광가속기를 써야하는 연구 과제에 배정되는 시간은 실제 요구되는 시간의 절반 정도인 53% 정도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방사광가속기는 현재 국내에 2대 뿐이라, 한 번 예약하면 반 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의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연구를 하기도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과학자들이 해외에서 연구를 할 수 없는 환경이 어려워 졌습니다. 또한 지난 여름부터 일본과 분쟁이 생기면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추가로 더 짓기로 정부가 결정을 하였는데요.

 

청주 방사광가속기

 

방사광가속기 신규 개발에 1조원 정도를 투자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 경제 효과는 약 9조원에 약 14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되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최종적으로 충북 청주와 전남 나주가 경쟁을 했었는데요. 나주는 ‘혁신도시’와 한전공대 계획으로 청주의 쟁쟁한 후보지 였지만, 정부는 청주가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더 탄탄하고, 첨단 산업단지가 많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최종적으로 청주시를 선정하였습니다. 청주에 지어지는 방사광가속기는 2027년까지 다 짓고 20208년부터 운영될 예정입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그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자 새로운 미래 산업 선점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입니다. 또 하나 만들어질 ‘꿈의 빛’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환히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고기사-

청주에 짓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란 무엇인가 – 동아사이언스

팔방미인 방사광가속기 코로나19 퇴치 지원도?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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