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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일상공유

100년전 코로나19와 똑 닮았던 ‘스페인 독감’ 이야기

by 7★★★★★★★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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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마스크는 이 역병의 상징이었습니다. 바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위법이 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마스크 착용 강요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마스크를 쓴 채 일상생활 하는 사람들, 교통정리 하는 경관들, 반려동물과 장난치는 아이들까지. 신혼여행 중이던 한 커플은 의사에게 사랑을 나눌 때도 마스크는 쓰고 있었다는 고백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모습이 아닌 약 100년전 스페인독감이 창궐한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이상하게도 지금의 우리 모습과 참 닮았죠?

 

 

당시 사진을 보면 기괴한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드는데요. 스페인독감은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20세기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감염병으로,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초여름 프랑스 주둔 미군부대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군 병사들이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그해 9월부터는 미국에까지 확산됐습니다. 이는 1920년 6월까지 극지방은 물론 태평양의 도서 등 전 세계로 확산돼 2년 동안 창궐했었습니다.

 



이 기간 스페인독감으로 전 세계 약 50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이는 1차 세계대전의 전사자(90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스페인독감(무오년 독감)이 퍼져 인구 167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740만 명이 감염됐으며, 이 중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스페인은 ‘스페인 독감’과 직접적 관계는 없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은 중립국이라 이 인플루엔자의 변종을 적극적으로 보도했고, 영국이나 미국은 언론 검열로 소식을 이후에나 전한 탓으로 지금까지 ‘스페인 독감(Spanish flu)로 불리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아프리카, 태평양에서 북극해까지 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감염됐고, 이중 10~20%가 숨졌습니다.

 

 

 

 

전염성이 강한 스페인 독감은 증상도 무시무시했다고 합니다. 최소 24시간부터 4~5일의 잠복기가 지나면 두통, 오한, 마른기침, 발열 등이 나타났고, 전신 피로와 함께 기관지염이나 폐렴이 뒤따랐습니다. 특히 폐에 고름이 차면서 산소가 부족해져 발생하는 ‘헬리오트로프 청색증’ 때문에 피부가 검푸른 색으로 변했고, 뭍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숨을 헐떡이거나 정신착란을 보이며 죽어갔다고 합니다.

 

스페인 독감 진원지의 유력한 후보인 프랑스 북부 에타플, 대규모 군사기지가 있던 에타플에는 병사들만이 아니라 참전중인 말 수천 마리와 식량 조달을 위한 돼지, 오리, 거위, 닭도 있었습니다. 아직 바이러스의 존재를 몰랐던 당시에는 오리가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병원소로서 배설물로 토양을 오염시키고, 먹이를 뒤지던 돼지가 이것을 삼켜 바이러스를 배양했다가 다시 인간과 접촉하면서 인간 독감 바이러스가 기존의 조류 바이러스와 결합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또다른 위험 요소는 중국인 노동자였다고 합니다. 앞서 1910~1911년 만주에선 폐페스트가 창궐했는데 전쟁 지원을 위해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옮겨왔습니다. 수많은 보병 사단이 이곳에 집결했다가 철도를 통해 흩어졌고, 이로 인한 밀접 접촉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전파되는데 전쟁이 앞장선 셈입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18년 여름, 독일군도 못한 유럽 정복을 스페인 독감이 해냈습니다. 이 질병의 가장 섬뜩한 사실은 전쟁 자체가 그러하듯 젊고 건강한 청년들에게 더 치명적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팬데믹의 현실 그 자체가 부조리였습니다. 질병의 기원을 두고 독일 스파이들이 의도적으로 독가스를 살포했다는 소문이 확산됐으며, 바이엘 아스피린에 병균이 심어져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에는 “독일 역병”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고 합니다. 종교적 광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죄악에 대한 ‘신의 심판’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려 행사 이후 3주 만에 8000명 가까이 숨졌고, 공공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중세 흑사병 시절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공기 자체가 유독하다는 말이 돌면서 이탈리아에선 집을 밀봉해 질식사 하는 일까지 벌어졌구요.

 

 

 

 

21세기의 팬데믹을 지나고 있는 인류는 여전히 실수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과 대처법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 2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감염시켰고 전세계적으로 거의 85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재 사망률은 3.4% 정도인 셈으로 100년전 발생한 스페인독감의 사망률 추정치인 1.61~1.98%의 2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스페인독감이 결국 사라진 것처럼, 코로나19도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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